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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bit · 해설

왜 인공위성은 떨어지지 않는가 — 사실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주정거장의 고도에서도 중력은 지표면의 약 89%가 그대로 작용한다. 위성이 떠 있는 이유는 중력이 약해서가 아니다. 위성은 쉬지 않고 떨어지는 중이고, 다만 옆으로 너무 빨라서 떨어지는 동안 지면이 그만큼 휘어져 달아난다. 이 글은 그 구조를 한 스텝씩 분해해서 정리한다.

1. 고도 400km에서 중력은 얼마나 약해지나

"우주에는 중력이 없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약해진다. 지구 반지름이 약 6,370km이므로, 고도 400km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 중심에서 6,770km 떨어져 있다.

g(고도 400km) = 9.8 × (6,370 / 6,770)² ≈ 8.7 m/s² 지표면의 약 89% — 거의 그대로다

우주비행사가 둥둥 떠 있는 이유는 중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정거장과 사람이 똑같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지면 그 안의 사람도 같이 떨어지므로 발이 바닥을 누르지 않는다. 우주정거장은 그 상태를 영구히 유지하는 장치다. 정확한 이름도 무중력이 아니라 미소중력(microgravity) 또는 자유낙하 상태다.

2. 뉴턴의 대포알 — 떨어지는데 닿지 않는다

뉴턴은 1687년 『프린키피아』에서 이 문제를 사고실험 하나로 정리했다. 아주 높은 산 위에서 대포를 수평으로 쏜다고 하자.

이것이 궤도다. 위성은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향해 떨어지면서 계속 빗나가는 중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달이 도는 것이 같은 현상이라는 뉴턴의 통찰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핵심

궤도의 조건은 "중력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떨어지는 양지면이 휘어져 멀어지는 양이 같아지는 것이다.

3. 한 스텝 분해: 직진 + 자유낙하

짧은 시간 Δt 동안 위성에게 일어나는 일은 두 가지뿐이다.

이 둘을 더한 것이 실제 경로다. 직진만 하면 곡면인 지면에서 점점 멀어지는데, 그 멀어지는 양을 자유낙하가 정확히 상쇄하면 고도가 유지된다. 상쇄하고 남으면 올라가고, 모자라면 내려온다.

고도 변화 = (직진이 벌어놓은 높이) − (중력이 끌어내린 높이) 이 둘이 같으면 원궤도, 앞이 크면 상승, 뒤가 크면 하강

지면의 곡률도 변수다. 같은 속도라도 지면이 평평할수록 달아나는 양이 적어 떨어지고, 급하게 휠수록 더 빨리 달아나 오히려 올라간다. 작은 천체일수록 궤도 속도가 느린 이유가 이것이다.

4. ½gt²의 ½은 어디서 나오는가

직진 거리는 v × Δt로 곱하기 한 번이면 끝난다. 속도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유낙하 거리에는 ½이 붙는다. 왜일까.

낙하 속도는 처음에 0이고, t초 뒤에 g·t가 된다. 즉 그 시간 내내 속도가 계속 변한다. 이럴 때 거리는 "속도 × 시간"으로 구할 수 없다. 속도 그래프 아래의 넓이가 거리이기 때문이다.

낙하 속도 그래프는 0에서 시작해 일정하게 올라가는 직선이므로, 그 아래 넓이는 삼각형이다. 밑변이 t, 높이가 g·t인 삼각형의 넓이가 곧 낙하 거리다.

거리 = ½ × 밑변 × 높이 = ½ × t × (g·t) = ½ g t² 평균속도로 봐도 같다 — 처음 0, 끝 g·t 이므로 평균은 그 절반

그래서 낙하 거리는 시간의 제곱으로 커진다. 1초에 4.9m를 떨어졌다면 2초에는 두 배인 9.8m가 아니라 네 배인 19.6m를 떨어진다. "속도가 변하는 동안의 총량은 넓이로 구한다" — 이것이 적분의 출발점이다.

5. 속도 하나가 궤도 모양을 정한다

같은 고도, 같은 방향에서 출발해도 속도 하나가 궤도의 운명을 가른다. 기준이 되는 값이 두 개 있다.

원궤도 속도 v₀ = √(GM / r)  탈출속도 vₑ = √(2GM / r) = √2 · v₀ r 은 지구 중심으로부터의 거리 (지표면까지의 고도가 아니다)
속도궤도결과
v < 0.71 v₀낙하 궤도근지점이 지면 아래 — 충돌
v = v₀원궤도고도가 일정하게 유지
v₀ < v < vₑ타원 궤도고도가 주기적으로 오르내림
v ≥ vₑ탈출 궤도다시 돌아오지 않음

흔한 오해와 달리 원궤도보다 느리다고 해서 곧바로 추락하지는 않는다. 출발점이 원지점인 타원이 될 뿐이고, 그 타원의 근지점이 지면 아래로 내려가야 비로소 충돌한다. 지구 표면 근처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그 경계는 원궤도 속도의 약 0.71배다.

지구 표면 기준으로 원궤도 속도는 초속 약 7.9km, 탈출속도는 초속 약 11.2km다. 두 값의 비는 √2, 즉 약 1.41배로 어느 천체에서나 같다.

6. 실제 위성의 고도는 오르내린다

원궤도는 오히려 특수한 경우다. 대부분의 궤도는 타원이고, 타원 궤도의 위성은 한 바퀴마다 고도가 오르내린다. 가장 낮은 지점을 근지점, 가장 높은 지점을 원지점이라 한다.

궤도근지점 → 원지점특징
ISS약 400 → 420 km거의 원궤도, 90분에 한 바퀴
정지궤도 진입용(GTO)약 200 → 35,786 km한 바퀴에 3만 5천 km를 오르내림
몰니야약 600 → 39,900 km12시간 주기, 고위도 통신용

속도도 같이 변한다. 위로 올라가는 동안 중력이 계속 브레이크를 걸어 느려지고, 내려오는 동안 다시 빨라진다. 몰니야 위성은 근지점에서 초속 약 10km로 지나가고, 원지점에서는 초속 1.5km 수준까지 느려진다. 케플러가 정리한 같은 시간에 같은 넓이를 쓸고 간다는 법칙이 이 이야기다.

방향이 바뀌는 지점

올라갈수록 느려지는데, 그 고도에서 원운동에 필요한 속도보다 느려지는 순간부터 중력이 이기기 시작한다. 다만 바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 위로 향하던 속도가 남아 있는 동안은 계속 올라간다. 그 몫이 완전히 바닥나는 지점이 원지점이고, 거기서 방향이 바뀐다.

7. 탈출속도 — 약해지는 쪽이 이길 때

"높이 올라가면 중력이 약해지는데, 왜 결국 다시 떨어지나?" 약해지긴 하지만 0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향은 내내 아래이므로 위로 향하던 속도는 계속 깎이고, 언젠가 바닥난다.

그런데 충분히 빠르면 이야기가 뒤집힌다. 멀어지는 속도가 빨라 중력이 약해지는 쪽이 이기면, 남은 속도가 영영 0에 닿지 않는다. 그 경계가 탈출속도다. 탈출속도는 "중력을 이기는 속도"가 아니라 중력이 깎아낼 수 있는 총량보다 가진 에너지가 큰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탈출속도는 방향과 무관하다. 위로 쏘든 비스듬히 쏘든(지면에 부딪히지만 않는다면) 같은 값이다. 또한 로켓처럼 계속 밀어주는 수단이 있다면 훨씬 느리게도 지구를 벗어날 수 있다. 탈출속도는 단 한 번의 발사로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때의 기준이다.

8. 현실의 궤도는 조금씩 어긋난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지구가 완벽한 구이고 다른 힘이 없다는 전제 위에 있다. 이 조건에서 궤도는 닫힌다 — 한 바퀴 돌면 정확히 같은 자리, 같은 속도로 돌아와 같은 길을 다시 지난다. 현실에서는 두 가지가 이를 흔든다.

대기 저항 — 낮은 궤도는 실제로 감기며 떨어진다

고도 수백 km에도 대기는 희박하게 남아 있다. ISS는 이 저항으로 하루 50~100m씩 고도가 낮아져서, 주기적으로 엔진을 켜 궤도를 다시 올린다(리부스트). 이 작업을 멈추면 몇 년 안에 대기권으로 재진입한다. 우주 쓰레기가 저절로 정리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구가 완전한 구가 아니다

지구는 자전 때문에 적도 쪽이 불룩하다. 이 때문에 궤도면과 근지점이 조금씩 돌아간다. 태양동기궤도는 이 효과를 역이용해서 궤도면이 하루 약 1°씩 돌게 만들어, 위성이 늘 같은 지방시에 같은 지점 위를 지나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참고로 수성의 근일점 이동은 이런 효과로 다 설명되지 않아 오랫동안 수수께끼였고, 결국 일반상대성이론이 그 차이를 메웠다.

9. 시뮬레이션에서 확인하는 법

10. 자주 묻는 질문

우주에는 정말 중력이 없나?

없지 않다. ISS 고도에서도 지표면의 약 89%가 작용한다.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정거장과 사람이 같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정확한 표현은 무중력이 아니라 자유낙하 또는 미소중력 상태다.

위성은 왜 연료를 안 써도 계속 도나?

진공에는 마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속도를 유지하는 데는 힘이 필요 없고, 중력은 방향만 계속 바꿔줄 뿐이다. 다만 낮은 궤도에서는 옅은 대기의 저항이 있어 가끔 추진해 고도를 올려줘야 한다.

더 높은 궤도가 더 빠른가?

반대다. 높을수록 느리다. ISS(400km)는 초속 약 7.7km로 90분에 한 바퀴를 돌지만, 정지궤도(35,786km)의 위성은 초속 약 3.1km로 24시간에 한 바퀴를 돈다. 멀수록 중력이 약해 느린 속도로도 균형이 맞기 때문이다.

정지위성은 왜 한 자리에 멈춰 있나?

멈춘 것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과 같은 주기(24시간)로 돌고 있어서 지상에서 볼 때 같은 자리에 보이는 것이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고도가 35,786km 하나로 정해지고, 적도 위여야 한다.

궤도가 원이 아니면 위성이 위험하지 않나?

아니다. 타원 궤도는 정상이며 대부분의 위성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타원을 그린다. 근지점이 대기권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한 고도가 오르내려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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